책을 읽게 된 계기
회사 앞 교보문고에서 읽을만한 책을 탐색하다가
1. 어느정도는 베스트셀러이고,
(이세상에는 책이 너무 많고 그중에 읽고나서 후회스럽지 않은 책은 소수이기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귀중한 시간을 날려먹을 수 있기 때문)
2. 어느정도는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해서 고르게 되었다.
다만,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미친 분량은 감안했어야했다.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나마 책이 재미있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
책에서는 우주의 탄생, 지구의 탄생, 생명의 탄생, 포유류의 탄생, 유인원의 탄생, 인간의 탄생을 순서대로 이야기한다.
이를 밝혀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지식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발전해왔다.
내가 12년도에 대학에 입학했을때 교수가 이야기했던 '통섭'이라는 키워드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의 트렌드가 아니라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지식의 역사에 엄청나게 중요하게 작용해왔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또한 그러한 지식의 첫 질문자, 첫 개척자의 다양하고 드라마틱한 서브 스토리도 재미있었다.
- 예를들면 기디언 멘텔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고 슬펐다. 후대에 멘텔은 주목받지 못하고, 오언은 많이 알려졌다는 사실도 너무 끔찍하다.
좋았던것
사실 '빅히스토리' <- 인류의 역사가 아니라 우주의 역사를 빅히스토리라고 한댄다
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고 흥미롭기 굉장히 어려운데,
빌 브라이슨은 여행작가답게, 여러 재미있는 여담과 관련된 인물들간의 드라마틱한 관계를 이용하여
자칫 딱딱할 수도 있는 빅히스토리라는 주제를 매우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냈다.
나빴던것
너무 내용이 많다.
그리고 번역본의 문제일까
책 내용 자체가 3인칭으로 설명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후반부에 1인칭으로 중간중간 바뀌어서 조금 헷갈렸다.
그러나 스테디셀러답게 작품의 본질을 훼손하는 큰 단점은 없었다.
역시 베스트셀러를 읽어야 해.
추가로 생각한것
책을 읽어가면서 반복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나' 자신은 정말 티끌에 불과하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지구에 있어 나라는 존재는 그저 찰나이리라
우주의 탄생과 그 끝에 비하면 인류, 그리고 지구조차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존재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근접한 답은 교양 유튜브 '쿠르츠게작트'에서 어느정도 얻을 수 있었다.
우주는 공허하고 죽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 누구도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우리 메시지에 답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완전히 홀로 이 영원한 우주 안의 작고 둥근 진흙더미에 갇혀 있는지도 모릅니다.
무섭다고요? 당연히 그렇게 느껴져야지요.
이 행성의 생명이 사라지면 우주에는 더 이상 생명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영원히 다시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반드시 우주로 나가 첫 3형 문명이 되어야 합니다.
언젠가 우주가 마지막 숨을 내쉬고 영원한 망각이 찾아올 때까지
이 여린 생명의 불꽃을 살리고 퍼뜨려야 합니다.
그 누구도 경험하지 않기에는 우주는 너무 아름다운 곳이니까요.
그것이 우리가 문명인으로 태어나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나와, 인류가
우주적인 관점에선 찰나에 불과한 시간만을 존재하더라도
그 시간조차
수천,수억,수조분의 일 확률을 뚫고 생겨난 기적이다.
태어났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음을 매 순간 생각해야한다.
최종적인 내 생각
1. 긴 책은 힘들다.
한동안은 500페이지 넘어가는 긴 책은 읽지 말아야겠다. 너무 힘들다.
이 책도 아마 작년 11월에 사서 몇달을 읽고 쉬고 읽고 쉬고를 반복하다가 겨우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며 몰두하고 소모한 심력, 시간을 생각하면 아마 2권의 책을 더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책 페이지마다 메모하고, 밑줄치는 다소 강제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어느정도 흥미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지만 그게 맞나 모르겠다.
작년에 재미있게 읽었던 '학문의 즐거움', '필로소피랩' 등은 길지 않았지만 너무 좋은 책이었다.
다음 책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이다.
그 다음책은 소설책을 읽을 계획인데,
내가 좋아하는 프레드릭 배크만의 베어타운을 읽을지 다른걸 찾아볼지 고민중이다.
(베어타운도 장편이라 걱정이 많이 됨)
2. 빅히스토리의 유행
총균쇠 사피엔스 거의모든것의역사
좀 되긴했지만 한국에서 인기 많은 책들 아니던가
결과적으로 이 책들이 유행하는 이유는
우리 현실의 문제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는것을 넘어서,
우리 현실의 문제를 우주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고자 하는 인간의 바램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도 그저 유행일뿐
다른 책들은 굳이 읽지 않아도 다 읽고나면 나오게 될 결론이
이 책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3. 개발자로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이 책의 내용을 개발자의 관점에서 내맘대로 해석하고, 도출해낸 결론은
통섭, 그리고 더 깊고 원초적인 지식의 탐구의 필요성이다.
지식을 얻기 위해 하나만 파는것은 좋지 않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도 오랫동안 풀리지 않고, 해결되지 못한 다양한 문제점들이
전혀 새로운 관점(지구과학의 난제가 천문학자의 손에서 해결된다던가)으로 바라보았을때 해결되는 경우가 있었다.
개발자의 입장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이슈를 다른 영역에서 바라보았을대 더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개선해도 해결되지 않는 seo 최적화 이슈의 경우도 백엔드에서 처리하는 방식을 통해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해결할 수 있었고,
마케팅팀의 과업이라 생각했던 사용자 경험 추적의 어려움도
FE유닛에서 각 이벤트에 추적 스크립트를 호출하는 방식으로 더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마케팅쪽에서 날로먹게되는 문제가 있지만)
회사에서 '내 일'과 '니 일'을 딱딱 나누며 철저하게 분업하는것이
일을 편하게하고, 리스크없이 이슈를 쳐내는데에 단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태도가 맞겠지만
나와 연관된 다른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여러 관점에서 이슈를 바라보려고 노력하면
그 문제와 업무 전체를 해석하는데에 큰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내가 당면한 문제를 엄청나게 원초적인 지식수준부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것이 중요하다는것도 깨달았다.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인류의 탄생이나 빙하기의 원인은 어찌보면 별다른 고민없이 당연한 상식으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그 배경과 원리를 알고나니 이에 파생되는 다양한 지식, 예를들면
인류가 어떻게 진화해왔는가
빙하기 이후 인류가 번성한 이유가 무엇인가
인류의 아종들은 왜 멸종했는가
다음 빙하기는 언제인가
이런 것들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개발자로서, next나 cypress 같이 이전에 사용해보지 못한 생소한 기술을 사용할 때
그 기술의 역사와 원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문제 해결 능력과 업무 수행 능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이나 도구를 사용할 때, 그 기술이 왜 생겨났는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리고 어떤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었는지를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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