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장편 소설만 읽다보니 단편 소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여 큰맘먹고 단편소설집을 읽어보았다.
단편은 단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장편과 비교하자면 빠른 호흡이 책을 읽는 피로함을 덜어준다는점이 매력적이지만,
문장의 울림은 아무래도 하나의 작품에 몰입하는 시간이 적다보니 부족하다.
나는 오래된 고전은 지루하고 문체가 올드해서 싫어하기 때문에 장편 소설을 읽을때면 신간소설만 읽어왔다.
(선입견임)
단편도 신간 특유의 톡톡튀고 익숙한 문체를 기대하며 따끈따끈한 신인작가들의 단편 공모전 당선작을 선택했다.
하지만 내 선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봉팔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아들과 함께 벌이는 기상천외한 비밀 작전 수행기 〈조업밀집구역〉,
-> 첫번째 단편인데, 문체가 촌스러웠다. 90년대 소설인줄.. 코로나 어쩌구 하지만 그냥 올드한 느낌이었다.
사실 소설이 언제 나왔던간에 작가 역량에 따라 충분히 만회하거나 뒤떨어질 수가 있다는걸
이 단편 하나를 보고 느꼈다.
다만 끔찍한 경쟁사회를 조업밀집구역에 비유한 제목 센스는 매우 뛰어나다고 느꼈다.
인어 할머니와 인간 손자의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 〈바다에서 온 사람〉,
-> 다른 4개의 작품과는 결이 다르다.
사회풍자보다는 인어 할머니와 인간 손자의 이별을 예쁘게 표현한 작품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노인의 죽음이지만 이에 순응하고
인간과 사랑을 한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인어의 모습이 비록 장르는 판타지지만 매우 인간적이었다.
어느 날 바닥에서 솟아난 머리와의 기묘한 동거 〈토막〉,
-> 기괴한 작품이다.
취업에 실패한 남녀가 신체 토막이라는 괴상한 무언가에게 시달리는 내용인데
토막에 대한 정체도, 사건의 해결도 존재하지 않아 추측과 상상으로 작품을 즐겨야 해서 조금 답답했다.
시골 마을로 귀촌한 가족을 향한 마을 사람들의 수상한 환대〈귀촌 가족〉,
-> 뭔가 기묘한 이야기나 아침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전형적이면서 전형적이지 않은 반전물이었다.
그 안에 성폭력, 귀촌, 사기같은 현대사회의 주요 키워드도 들어있다.
지금에야 담담하게 전형적인 반전물이라고 하지만 처음 읽었을때는 매우 충격받았다.
기승전결이 매우 완벽해서 읽고나서 속이 후련했던 소설.
길고양이를 지키려다 위험에 빠진 사람을 목격한 히키코모리의 이야기〈알프레드의 고양이〉
-> 온갖 현대사회 키워드를 다 때려박은듯한 소설.
n번방, 성노예, 몰카, 캣맘, 주식이 한자리에 있고, 배트맨으로 관계를 비유하는 내용도 자연스러웠다.
굉장히 공모전스러웠던 작품.
다만 결말이 조금 허무맹랑했던점이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작품에 담으려는 노력이 모든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음.
개인적인 순위
1. 귀촌가족
2. 알프레드의 고양이
3. 바다에서 온 사람
4. 토막
5. 조업밀집구역(제목만 따지면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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